한명일 작가는 우리나라의 바다와 섬, 호수와 산을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해낸다. 그가 그린 풍경은 함축된 형체와 색채가 단순한 듯 보인다. 하지만 보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맑아지고 고요해지는 기운이 느껴진다. 그의 시선이 머문 거제도는 따뜻하면 서도 화려한 색채로 표현된다. 그가 자연을 그려내기 위해 까다롭게 선정한 색들은 묘한 대비 속에 조화를 이뤄 사진보다 더 강한 인상을 남긴다.
작가의 작품은 단순하고 직관적이며, 최고의 한 장면을 위해 점 하나 선 하나를 덜고 덜어내는 섬세하고 세심한 작업을 고집한다. 또한, 사실적이면서 서정적이다. 많은 것을 덜어낸 그의 그림은 한 편의 시처럼 명상에 가까운 시어 같은 맑은 기운으로 감상자들의 마음을 정화한다. 그의 전시를 보고 나면 한 권의 시집을 읽은 것 같다. 작가의 작품은 아직 순수한 열정을 지닌 스무 살 청년의 말간 얼굴을 대하는 느낌이 든다. 이는 아직도 순수한 마음을 간직한 작가의 심상이 작품에 투영됐기 때문일 것이다. 예술에 자기 삶의 방식을 부여하고, 삶에 예술의 따뜻함을 제공함으로써 예술과 삶의 행복한 만남을 주선하는 한명일 작가의 소망이 소박하지만 따뜻한 이유이다.